크라이슬러 크로스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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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규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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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말 자동차업계의 가장 큰 뉴스라고 하면 아마도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이었을겁니다. 자동차업계의 M&A 중에서 가장 큰 규모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대중차 회사와 유럽 고급차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저가 소형차부터 고가의 럭셔리카, 미니밴과 지프등 제품 라인업이 엄청나게 두터워지는 점이 부각되었죠. 크라이슬러는 전륜구동 승용차와 미니밴, 지프와 픽업을 갖추고 있었고 벤츠는 후륜구동 고급승용차와 M 클래스를 내놓고 있었던 만큼 서로 중복되는 차종이 없으므로 상호간 같은 시장에서 다툴 일도 없는 회사였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중복되는 차종이 없었던 만큼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는 차종도 없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플랫폼 공유는 자동차 업계에서 일상용어가 되어버린지 오래죠. 모델체인지 주기가 짧아지고 다양한 차종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커지면서 신차 개발시 기존차의 주요부품을 최대한 이용하여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출범이후 플랫폼 공유의 첫 사례는 지난해부터 시판이 시작된 크라이슬러 크로스파이어입니다.

크로스파이어는 2001년 북미 오토쇼에서 컨셉트카로 공개된 뒤 2002년 LA 오토쇼에서 아우토반과 루트 66의 만남이라는 컨셉의 양산형이 발표되었죠.

컨셉트카와 양산형, 시판차의 등장시기로 보아 프로젝트는 크라이슬러와 벤츠의 합병 직후부터 추진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크라이슬러의 스타일링과 벤츠의 차대와 러닝기어를 물려받은 크로스파이어는 독일의 코치빌더 카르만에서 생산됩니다. 카르만은 벤츠와 VW의 컨버터블을 비롯해 다양한 회사의 고품질 소량생산차를 생산하는 회사지요. 기아 스포티지의 유럽수출형도 카르만에서 생산했습니다. 기본적인 섀시는 벤츠 SLK의 것이지만 탑재된 엔진은 3.2 리터 V6 SOHC 엔진이죠. SLK 에는 수퍼차져가 달린 2.3 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이 얹힙니다. SLK는 하드탑 로드스터지만 크로스파이어는 쿠페와 소프트탑 로드스터 두가지 바디스타일이 생산됩니다.

조금 복잡한 스타일링은 개성이 강한만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히 갈릴듯 합니다.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컴팩트한 차체에 잘 담겨진 느낌이지만 비스듬히 뒤쪽에서 볼때 차폭이 조금 좁아보이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차안에 들어서면 벤츠의 기본구성에 크라이슬러의 디자인이 덧씌워진 느낌이 강합니다. 탄탄한 운전자세나 깜박이와 헷갈리는 크루즈 컨트롤 레버를 비롯해 각종 컨트롤류의 배치는 벤츠 느낌 그대로입니다. 루프라인이 낮고 벨트라인이 높아 일반 승용차에 비하면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고전적인 스포츠카의 분위기를 추구하는 차종으로 바라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입니다.
고전적인 스포츠카들은 차와 운전자가 일체감을 느낄수 있도록 실내를 타이트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시선을 멀리 두어 빠른 스피드의 운전에 알만도록 시야 또한 어느정도 좁게 만드는 것이 정석이라죠.

FR 방식이라 차체중앙에 프로펠러 변속기와 프로펠러 샤프트가 지나가기 때문에 센터터널에 여분의 공간이 없어 수납공간은 작은 글러브박스와 도어포켓정도입니다.

컵홀더는 위치나 구조가 좀 어정쩡해서 사용편의성이 좀 떨어집니다.
화물공간은 그리 크지는 않아도 두명이 장거리여행을 가면서 챙길만한 수하물은 충분히 수용할만한 크기입니다. 크로스파이어는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차를 모두 시승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메탈릭 블루의 차는 자동변속기, 자주색 차는 수동변속기차였습니다.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좋은 궁합을 보이지만 별도의 수동모드를 두고 있다기 보다는 자동모드에서 +/- 를 조작할때 수동모드로 변환되는 방식입니다.

자동모드에서 가속중 곧바로 다시 엔진브레이크를 걸기위해 현재 들어간 기어단수를 유지하려고 하는 상황인 경우에는 좀 불편하더군요.

수동모드가 있는 자동변속기에서는 수동모드쪽으로 바꿔주기만 하면 현재 들어가있는 기어가 유지됩니다만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자동모드에서 재빨리 시프트다운했다가 변속이 되기 전 다시 업해주던가 아니면 반대로 업했다가 다운하는 두번의 조작을 해야 하더군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6단 수동변속기의 경우 시프트 레버와 클러치 페달의 스트로크가 다소 길고 조작감도 명확한 느낌은 아닙니다만 기어베의 배분이나 싱크로메시의 작동은 상당히 우수합니다. 저회전영역에서의 토크는 배기량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중속 이후영역에서는 시원시원한 추진력을 보입니다.

저속에서 제원에 비해 굼뜬- 그래도 빠르지만… - 동력성능은 커다란 바퀴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크로스파이어의 신발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로 앞 225/40ZR18, 뒤 255/35ZR19 를 신고 있습니다.

대구경 광폭타이어는 시각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며 접지력도 아주 높습니다.
거기에 탄탄한 차체강성, 균형이 잘 잡힌 서스펜션이 와인딩로드에서 뛰어난 운전재미를 선사합니다. 묵직하고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함을 겸비한 몸놀림이라고나 할까요. 스티어링의 반응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으며 무게감도 적당하지요. 일제차와는 완전히 다르고 독일차인 포르쉐나 BMW와도 다른 듬직하고 중후한 손맛은 벤츠 컴포넌트가 그대로 사용된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줍니다. 브레이크 또한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반복사용에서도 성능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으며 ABS도 지나치게 일찍 개입하지 않아 제동감각도 직접적인 편입니다.
승차감은 스포츠 쿠페에 기대할만한 수준 그대로로 단단하면서도 절제된 편안함을 제공하지요. 소음은 적당히 차단되어 있으나 주행정보까지 차단하지는 않는 점이 독일계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크로스파이어는 크라이슬러 차종으로서는 베이스가격이 상당히 높지만 벤츠의 내용물로 카르만에서 조립한 소량생산차임을 감안한다면 가격대 가치도 높다고 볼 수 있지요. 그리고 벤츠의 구형 SLK 플랫폼을 재활용 하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종을 만들어냈다는 것도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일뿐더러 새 SLK와는 고객층이 다소 다르므로 판매간섭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을듯 합니다.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본격적인 플랫폼 공유 1호차인 크로스파이어는 성능과 가치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합니다만 스포츠카 시장이 워낙 한정된 만큼 판매성공여부는 좀 두고 보아야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글:권규혁 - http://mm.intizen.com/beetle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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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박홍순님의 댓글

  • 박홍순
  • 작성일
어제 방배동에서 이거 한대 봤습니다. 생각보다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들더라구요~ 느낌은 마치 벤츠 SLK 신형을 보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SLK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강정식님의 댓글

  • 강정식
  • 작성일
크로스 파이어는 벤츠의 구형SLK의 플랫폼을 공유했는데 내부까지도 공유해서 그런지 촌스럽네요

백승준님의 댓글

  • 백승준
  • 작성일
내부는 구형 벤츠와 다른게 없내요 별로 비슷한 시대에 조금 뒤떨어지는<BR>디자인이내요 그래도 깔끔하내요 에어컨쪽만 조금 손본다면 ..<BR>차라리 실내를 블랙톤으로 처리하지

홍상욱님의 댓글

  • 홍상욱
  • 작성일
slk는 타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이거 타면 되겠네요 실제 엔진성능이 어떨지는 모르겟지만 잘나온것 같습니다 

김기헌님의 댓글

  • 김기헌
  • 작성일
제가 알기로는 샤시, 파워트레인과 엔진 모두 MB의 구형 SLK320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엔진제원을 비교하시면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가격대성능비가 우수한 차량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호하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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