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K-자율주행 개발했지만.."불필요" 정부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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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웨이모,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 중인 '자율주행'은 이미 한국에서 1992년에 개발됐던 기술이다. 개발진은 이듬해 이 기술로 만든 자율주행차를 '세계 최초'로 서울 시내에서 시범운전하기도 했다.
1993년 당시 한민홍 고려대 산업공학과 연구진이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시연하는 영상./사진제공=한민홍 첨단차 대표(전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
지난 12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 사무실에서 만난 한민홍 첨단차 대표(전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당시 관련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졌다면 현재 테슬라와 구글보다 앞서면 앞섰지 뒤처지는 기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교수 재직 시절인 1993년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지프차를 처음으로 운전했다. 남산1호터널과 한남대교, 올림픽대로를 거쳐 여의도 63빌딩까지 약 17㎞를 주행했다. 작동 원리는 현재 어댑티브 크루즈(Adaptive Cruise) 기술과 거의 같다. 카메라로 차선, 앞 차와의 거리 등 정보를 수집하면 컴퓨터가 계산해 차를 조종하는 방식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전 기술이지만 현재 기준으로 봐도 손색없다. 차선에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차가 자동으로 멈추기도 하고, 정차했던 앞 차가 출발하면 알아서 움직이는 '스탑앤고(Stop & Go)' 기능도 탑재됐다. 당시엔 수동변속기 차량이 대부분이라 브레이크, 액셀 외에도 '클러치'까지 세 개의 페달을 상황에 맞춰 조작해야 했다. 시속 100㎞까지 가속도 가능했다.
1993년 당시 한민홍 고려대 산업공학과 연구진이 운동장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는 모습./사진제공=한민홍 첨단차 대표(전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
당시 한 대표가 시연했던 기술은 현재 많은 차량에서도 쓰고 있는 '레벨2' 자율주행 수준이다. 레벨2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가속할 수 있고 특정 상황에서 스스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한다. 레벨5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를 의미한다. 현재 기술과 비교했을 때 컴퓨터, 카메라 부품이 작아지고 예민한 센서가 장착됐다는 것 빼고는 기술적 완성도는 거의 비슷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잠수정·탱크 같은 군수목적보다는 '자동차'에 적용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자율주행시대도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도 한 대표의 자율주행차가 시연됐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럽, 일본차 브랜드를 모방하기에 급급했던 당시 한국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는 건 '돈 될지도 모르는 일'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걸로 치부됐다. 지원비는 끊겼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당시 유망하던 로봇 관련 업계로 넘어갔다.
한 대표는 "'돈 되지도 않는 일에 뭣하러 힘을 쓰냐', '기술이 괜찮으면 그거 사오면 된다' 같은 얘기를 당시에 너무 많이 들었다. 자율주행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던 시절"이라며 "1990년대만 해도 기술 자체로는 전 세계 1등이었는데 현재는 미국 기업을 추격하는 형국이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택배 같은 물류 분야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행 경로가 일정하고, 사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고 각국이 '기술전쟁'을 펼치는 날이 올 때를 대비해 78세 고령에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 대표는 "반도체처럼 언젠가는 국산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할 날이 온다고 본다"며 "힘 닿는데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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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28타스만 이 부분 역할이 뭘까요?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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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21구코란도의 전기차 후속이라는데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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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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