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시리즈 칼럼-④]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래,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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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한국명: EQ900)을 시작으로, 이제는 하나의 당당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도약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올 상반기에는 G80(현 제네시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고, 내년 하반기에는 그들의 진정한 도전이 될 G70(제네시스 브랜드의 엔트리급)이 모습을 드러내어 브랜드의 기초적인 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말할 때, 해당 브랜드의 플레그쉽을 결코 '논외'로 할 수는 없다.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플레그쉽 모델은 브랜드의 모든 기술이 총 망라된 집약체이자 그들의 이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세그먼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레그쉽 "G90"에 대해 간략하게 따져 보도록 하겠다.
국내 대형차 시장을 풍미했던, 그렌져 그리고 다이너스티에 이어,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던 에쿠스에서 그 자리를 넘겨 받은 제네시스 G90. 하지만 "그 자리"가 이전과는 "다른 자리"라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현대의 플레그쉽이 아닌,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레그쉽이라는 위치에 서게 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G90에 대해 쓴소리를 던지려 한다.
"G90, 너무 성급했다."
우선 한 가지 인정한다. G90, 잘 만든 차량이다. 실제로 보면,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멋을 볼 수 있었다. 승차감 또한 매우 훌륭하다. 최소한 방지턱을 넘는 순간에는, 필자가 경험해 본 그 어떠한 차량보다도 승차감이 좋았다(물론 벤틀리, 롤스로이스와 같은 넘사벽 차량을 접해보지 않았기에). 정숙성도 렉서스 LS와 별 다른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고, 제법 거칠게 차를 몰아 보더라도 이전 에쿠스와 같은 불안한 롤링은 느끼지 않게 해 주었다. 섀시에 강성이 상당히 향상되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전체적인 차량의 기본기는.. 음, 정말이지 딱 그 "기본"만큼은 향상된 것 같다고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하지만 G90은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 분명했다. 그 점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워서, 입술을 깨물고야 말았다. 필자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리도 번민했던가?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G90이 도대체 어떤 성격을 가진 차량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가슴을 애이게 하는 원인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G90만의 감성이 없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 우리의 가슴 속에 자리한 가수 김광석을 예로 들겠다. 그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보다 노래 기술이 좋은 가수들도 많이 있었지만, 왜 유독 그는 그 시대의 전설로 남게 된 것일까?
"우리는 그의 노래로 웃기도 했고, 울기도 했다."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노래는 우리의 가슴을 움직였고,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노래 기술이 좋은 가수는 듣는 청자의 귀를 즐겁게 하지만, 정말 노래를 할 줄 아는 가수는 청자의 가슴을 움직인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어떤 이유로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해 보았는지를 묻고 싶다. 필자는 독일 3사의 성공 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그들은 기술과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심지어 최고에 자리에 있는 그들은, 아직까지도 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최고의 기술과 그들만의 감성을 좀 더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 말이다.
현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간과한 것은 아닐까. 적어도 필자가 경험한 G90은 이러했다. 위에 가수를 예로 들었듯, 말하자면 노래 기술도 썩 좋은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감정도 없는 - 가슴을 터치하는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힘이 부족하면 머리로 승부하고, 머리가 부족하면 힘으로 승부해야 한다. 물론 둘 다 가지면 좋겠지만, 모든 사람이 만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제네시스 브랜드가 현실적으로 기술 면에서 최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아직 시기상조다. 따라서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은 "독창성"을 내포하는 감성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술은 언제라도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만의 감성이라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성은 쌓아가는 것이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G9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이었다. 반드시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감성도 '첫 시작'이었어야 했다. 필자가 G90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 못해, 눈시울까지 붉어졌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G90의 후면부 디자인이었다. 에쿠스라는 국내 기함의 명성과 시장성을 과감하게 떼어낼 수는 없던 것일까, 전혀 새로운 모델로 개발이 된 차량이었고, 새로운 브랜드로서의 첫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왜 에쿠스의 냄새를 맡아야만 했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경험해 본 차량의 인상도 크게 다를리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 브랜드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인간 중심"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건 그저 화려한 포장지와 다를 바 없는 슬로건에 불과하다.
"G90만의 '스토리'를 부여했어야 했다."
곧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자리하게 될 제네시스 G80
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G80은 어디까지나 페이스리프트(F/L) 모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기대 할만한 점은, G80에는 3.3 터보엔진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성능 N 브랜드 뱃지를 달아, "G80 N"도 나오게 될 것이라는 것도.하지만 역시 여기서도 감성과 독창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새롭게 모델체인지가 되기 전에는 말이다)
우리가 기대를 해야 할 차량은 "G70"이다. 해당 차량은 현대의 기존 라인업에서 찾아 볼 수 없는,완전히 새로운 차량이며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DNA를 제대로 탑재하고 나오게 될, 그래야만 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G70, 당당하게 도전장을 던질 만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G70이 출시하게 되면, 독일 3사의 각 엔트리급(벤츠 C클래스, BMW 3 시리즈, 아우디 A4)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과연 경쟁을 할 만한 모델로 자격이 부여될 만한 차량으로 탄생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G70을 통해, 무엇보다 그 타겟을 BMW 3 시리즈에 맞추고 있다고 한다. BMW M을 총괄했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이 G70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이 그래서 흥미롭다. 메스컴을 탄 그의 몇 가지 발언은 매니아들을 흥분케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가 허풍쟁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이상이다. 그들은 후발주자이고, 경쟁 상대는 너무나도 먼 곳에서 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만큼 욕심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을 쫒아 빨리 달려 가려고 하면, 오히려 그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 질지도 모른다. 이 말도 안되는 레이스에서, 제네시스가 취해야 할 자세는 단거리를 전력을 다해 질주해야 하는 '단거리 선수'가 아닌, 좀 더 멀리 내다 보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가지되, 필승의 전략까지 취해야 하는 '장거리 선수'로서의 마인드를 가져야 승산이 있다고 본다.
먼 옛날, 이집트의 피라미드 완성을 두고, 두 명의 건축가에게 파라오의 명령이 하달되었다고 한다. A라는 건축가는 기존의 방법대로 인부들을 동원해 무거운 돌을 한겹 한겹 쌓아가도록 했고, 그의 전략은 그저 최대한 많이 인부를 동원해 탑을 쌓는 것이었다. 하지만 B라는 건축가는 달랐다. 그는 한 명의 인부도 고용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방에서 종이와 펜을 들고 연구를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A 건축가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비웃었다. 하지만 수년 후, 그들은 더 이상 B 건축가를 비웃을 수 없었다. B 건축가는 그 동안 듣도 보도 못한 기구와 방법으로 피라미드를 쌓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피라미드를 "쌓는 것"이 아닌, 쌓을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 그는 수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라미드를 효과적으로 쌓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결과 훨씬 적은 힘과 시간을 들여 더욱 완벽한 피라미드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B 건축가와 같이, 브랜드만의 "그 것"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조급하면 실패한다. 지금은 결코 달릴 때가 아니다. 방향없이 달리는 것은 멈춰있는 것만 못하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제네시스만의 방향을 확립하고 그들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집중하고, 때가 되면 온 힘을 다해 달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시스템"을 다지는 일이다. 그들의 프리미엄 브랜드 런칭 목적이"단순한 장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상, 주트였습니다.
4부작으로 진행했던, 제네시스 시리즈 칼럼을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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